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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급증, 정책은 제자리…제도 개선 시급 - 비혼 출산 비율 4.7%로 증가…행정 절차·복지 지원은 여전히 부족
  • 기사등록 2025-03-10 14: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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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과거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혼 출산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정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3월 7일 서울스퀘어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비혼 동거 및 출산 가구를 둘러싼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의 전문가들과 비혼 출산을 경험한 정책 수요자가 참석해 현실적인 문제점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공유했다.


급증하는 비혼 출산, 법과 정책은 여전히 뒤처져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2019년 2.3%에서 2023년 4.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65.2%), 스웨덴(57.8%) 등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사회적 인식 변화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22.5%에서 2024년 37.2%로 10년 새 14.7%p 증가했다.


비혼 출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에서 비롯되며,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제도는 여전히 전통적 가족 개념에 머물러 있어 비혼 부모들은 출생 신고, 양육비 지원, 육아 휴직 등의 문제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


비혼 가구를 위한 지원, 어디까지 왔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비혼 동거 및 출산 가구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 법적으로 미혼모·미혼부 가정은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비혼 동거’ 가구는 가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정책 수요자는 “출생 신고를 하려 했을 때 아버지의 인적 사항을 기재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혼 부모를 위한 행정 절차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법적 보호 및 복지 지원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송효진 본부장은 “비혼 출산 가구는 증가하는 반면,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여전히 결혼을 전제로 구성돼 있다”며 “사회 구조의 변화에 맞춰 출생 신고 절차 개선, 세제 지원, 양육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가족 개념, 정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혼 출산뿐만 아니라 중년·노년층에서도 결혼 없이 동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법·제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은 “청년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비혼 출산 등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고려해 법·제도 개편을 면밀히 검토하고, 편견 없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복지 차원의 지원을 넘어, 가족 개념을 재정의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구 국가들처럼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비혼 가구도 출산 및 육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비혼 출산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기존의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한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혼 부모와 그들의 자녀들은 계속해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아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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