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기자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최근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계좌 개설 절차가 간편해졌지만, 이를 악용한 금융사기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원격제어 앱이나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후 타인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오는 12일부터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를 시행하며 금융사기 예방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미리 신청하면 비대면으로 수시입출식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도록 설정하는 방식이다. 등록 즉시 한국신용정보원 시스템에 반영되며,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에서 계좌 개설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만드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에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총 3,613개 금융사가 참여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은행 현장을 방문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신한은행 본점을 찾아 실제 가입 절차를 살펴보고, 금융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제도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이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은행 창구뿐만 아니라 모바일·인터넷뱅킹, 금융결제원(어카운트 인포) 등의 온라인 채널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가입 후 계좌 개설이 필요할 경우,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해 해제한 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사들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신청·해제 시 실시간 통지하고, 반기마다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가입 상태를 안내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72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1인당 평균 피해액은 1,700만 원으로 51.3% 증가했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례도 231건에 달해 피해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운영하며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왔다. 신용대출 및 카드론 신규 거래를 차단하는 이 서비스는 도입 7개월 만에 가입자 31만 명을 돌파했으며, 특히 60대 이상 가입자가 전체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대출 차단 서비스만으로는 명의 도용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금융당국은 이번 비대면 계좌개설 차단 서비스를 추가 도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을 활용해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수법이 계속되는 만큼, 금융권 내 불법 자금 흐름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