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 기자
프린스턴 신학대학교 철학과 교수 에밀 카이에(Emile Cahier)는 프랑스의 대학에 재학 중일 때는 성경을 읽어본 적도 없는 불가지론자였다. 그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그는 친구가 옆에서 가슴에 총을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후 ‘나는 누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깊은 고뇌에 빠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하여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실망감만 느꼈을 뿐이었다. 어떤 책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심하고 있던 중 그는 산책에서 돌아온 아내가 길에서 만난 한 목사로부터 받은 프랑스어 성경을 읽게 되었다. 그는 복음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고, 이내 말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읽던 중 그는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자신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과연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잠재력들을 다 알고 있는가? 만약 모두가 이 사실들을 다 알고 있었다면 취업에 관해서도 지금과 같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꼭 취업 문제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나의 수많은 고민들과 그 원인 그리고 나의 객관적인 모습 등을 우리는 사실상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했던 수많은 학자들도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를 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 이럴 때 그 문제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컴퓨터를 만든 설계자 일 것이다. 직접 만든 사람보다 그 물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독교에서의 성경은 하나님이 인류를 만든 목적과 그 원리를 기술하고 있는 설명서이다. 즉 인간을 만든 설계자인 하나님이 인류를 위한 모든 설계도를 성경 안에 담은 것이다. 따라서 에밀 카이에는 성경을 읽었지만 그 안에서 그 성경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고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빠른 스쳐감들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찾기 위해서 나를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씨름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이루어낸 이 복잡함들 속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인간을 직접 만든 하나님이 담겨있는 그 책을 참고해 보면 혹시 지금까지 나를 기다려 왔던 나의 진정한 모습을 그 안에서 만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