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기자
온라인박물관 메인화면
조선 왕실의 화려한 유물과 궁중 문화를 손끝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하 ‘고궁박물관’)이 온라인박물관을 전면 개편하면서, 이제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생생한 전시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단순한 유물 사진과 설명을 넘어 가상현실(VR), 다중매체 서적(멀티미디어 북), 게임 요소까지 도입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전시실을 그대로 옮긴 ‘상설전’과 특별한 온라인 전시
고궁박물관의 ‘상설전’ 코너에서는 박물관의 7개 주요 전시실(조선국왕, 왕실생활, 대한제국, 어차, 궁중서화, 왕실의례, 과학문화)을 모두 가상현실(VR) 기술로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실제 전시장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전시실 내 유물에 대한 사진과 설명, 음성 해설까지 지원된다.
‘특별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에 열린 주요 전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는 11월 20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열리는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열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화협옹주의 얼굴단장’(2019년 개최) 등 일부 전시는 온라인 전시의 특성을 살려 가상 공간에서 유물을 더욱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현됐다.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멀티미디어북’과 체험형 콘텐츠
이번 개편에서 새롭게 도입된 ‘멀티미디어북’은 기존 도록(圖錄)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결합한 콘텐츠다. 첫 번째 주제는 ‘서양과의 만남, 근대궁궐’로, 대한제국 시기의 궁궐 내 근대식 생활 유물을 영상, 팝업북, 인터랙티브 요소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덕수궁 석조전을 재현한 웹 가상현실(VR) 공간에서는 실제로 석조전 내부 조명을 끄거나 켜볼 수도 있으며, 황후 침실에 놓인 백자 채색 파도무늬 물병과 대야 등의 3D 이미지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대식당에서는 연회장에 음식을 차려보는 기능도 제공해 역사적 공간을 보다 실감 나게 탐험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북 (사진=문화재청)100가지 대표 유물과 조선 왕실의 어보, 그리고 게임까지
‘소장품 100선’ 코너에서는 순종황제와 순정효황후의 어차,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 고궁박물관이 선정한 주요 유물을 삽화와 3D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조선왕실의 어보’ 코너에서는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어보 300여 점을 왕계도와 함께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어보의 구성과 재질, 봉인 과정까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임 요소도 추가됐다. ‘다른 그림 찾기’에서는 두 개의 궁중서화에서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해 초급부터 최상급까지 체험할 수 있다.
‘그림자 찾기’ 게임에서는 왕실 유물의 그림자를 보고 원래 모습을 맞히는 방식으로 왕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유물을 온라인에 나열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박물관 전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국립고궁박물관은 전통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전시 모델을 제시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조선 왕실의 유물과 문화를 탐험할 수 있다. 박물관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온라인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