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2024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통계청)
결혼과 이혼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에서는 혼인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이혼 건수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다시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이혼율 감소는 어떤 사회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까?
2024년 혼인 건수는 총 22만 2천 건으로, 전년 대비 14.8%(2만 9천 건) 증가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조(粗)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건수)도 4.4건으로 전년 대비 0.6건 상승했다. 특히 30대 초반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 두드러졌는데, 남성의 경우 1만 7천 건(23.8%), 여성은 1만 6천 건(24.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결혼 연령층에서의 증가 요인으로 경제적 안정성 회복, 주거 지원 정책 확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미뤄졌던 결혼식의 증가를 꼽는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을 미뤘던 커플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혼인을 결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신혼부부 주택 지원과 같은 정책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24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9세로 전년 대비 0.1세 하락했고, 여성은 31.6세로 0.1세 상승했다. 남녀 간 초혼 연령 차이는 2.3세로, 10년 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개인 경력 형성이 결혼 연령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초혼 부부 중 여성 연상 부부의 비율도 19.9%로 증가했다. 결혼관 변화에 따라 남성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더 안정된 여성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이혼 건수는 9만 1천 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조(粗)이혼율(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은 1.8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한 부부의 이혼 비율이 16.6%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황혼 이혼’의 증가 원인으로는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산과 은퇴 후 부부 관계의 변화가 지목된다.
한 가정상담 전문가는 “자녀 양육이 끝나고 나서야 부부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노후 생활에 대한 가치관 차이가 이혼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5년 이하의 단기간 혼인 후 이혼하는 비율은 16.7%로 감소했다. 이는 결혼 전 동거 문화 확산, 신중한 배우자 선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통계청)
2024년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2만 1천 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과의 이혼 건수는 6천 건으로 1.4% 감소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에서 베트남(32.1%), 중국(16.7%), 태국(13.7%) 출신이 많았으며,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결혼에서는 미국(28.8%), 중국(17.6%), 베트남(15.0%) 출신 배우자가 많았다. 이는 국제 결혼 중개업체의 활성화 및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혼인 건수의 급증은 단순한 수치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정책적 영향을 반영한다. 신혼부부 주택 지원,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팬데믹 이후 보상 심리 등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혼율 감소는 가족 제도에 대한 재조명과 결혼 전 신중한 배우자 선택이 확산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30년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 증가 등 새로운 변화도 감지된다. 결혼과 이혼의 흐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더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