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혼자 사는 게 편하지만 가끔은 외롭고, 아플 때는 막막해요.” 인천에서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증가로 1인가구가 한국 사회의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그만큼 고립과 경제적 부담, 건강 문제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뒤따른다.
이에 인천시가 1인가구를 위한 종합 지원책을 내놓았다.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17일 ‘2025년도 인천광역시 1인가구 지원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총 812억 8,9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 분야, 35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2023년 12월 발표한 ‘제1차 인천광역시 1인가구 지원 기본계획(2024~2028)’에 따른 두 번째 연도 사업으로, 전체 계획 예산 4,768억 6,600만 원의 17%가 올해 집행된다.
자료=인천시1인가구, 증가하지만 취약성도 커져
2023년 기준 전국 1인가구 수는 782만 9,035가구로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39만 5,278가구가 1인가구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체 가구의 31.8%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낮지만, 2020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1인가구 증가의 배경에는 배우자의 사망, 학업 및 직장 문제, 비혼 문화의 확산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경제적 부담, 사회적 고립, 주거 불안, 건강 관리 부족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인천시, 1인가구 맞춤형 정책 본격 시행
이번 시행계획에서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는 ‘경제생활 지원’이다. 인천시는 총 395억 2,900만 원을 배정해 위기 상황 가구의 생계 및 의료 지원,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 지원,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직접 일자리 제공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1인가구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택임차보증금 이자 및 월세 지원 등도 시행된다.
건강 증진과 돌봄 지원도 중요한 축이다. 독거노인 방문 건강관리, 심리상담, 가족상담, 응급 안전 안심 서비스 등을 통해 1인가구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행복 동행사업’도 운영한다.
웰니스 지원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1인가족1인가구 위한 사회적 관계망 강화…‘행복 동행사업’ 주목
혼자 사는 삶이 필연적으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가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3~2021년 사이 1인가구의 경제적 박탈은 소폭 감소했지만, 사회적 배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천시는 강화군, 부평구, 서구 가족센터를 수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중장년 1인가구 수다살롱’, ‘행복한 건강 밥상’, ‘규모 있는 내 인생 재무교육’ 등의 공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동 장보기 및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돕는다.
1인가구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요구도 정책에 반영됐다. 인천시가 실시한 1인가구 실태조사(2022년 6월~2023년 4월)에 따르면, 응답자의 45.5%가 정서적 지원 서비스를, 44.1%가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45.4%가 노후 대비 경제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맞춰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공동 조리·식사 프로그램과 재무 설계를 돕는 경제 교육도 진행된다.
정책 접근성 강화…“실질적 지원 목표”
인천시는 2022년 2월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정책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2023년 12월에는 1인가구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현정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은 “1인가구 증가로 인해 경제적 부담, 주거 불안,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의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각 부서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1인가구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인가구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인천 1인가구 포털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각 군·구 가족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