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아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려웠고, 가해자가 합의도 거부해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범죄피해구조금을 지원받으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죠.”
강력범죄 피해자였던 김모 씨(45)의 사례처럼, 범죄 피해자들은 갑작스러운 피해로 인해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가 오는 21일부터 범죄피해구조금 지급액을 높이고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 ‘범죄피해자 보호법’ 및 시행령·시행규칙을 시행한다. 더불어 가해자의 재산을 조회해 구상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보호할 방침이다.
새롭게 개정된 법령에 따르면, 범죄피해구조금을 산정할 때 기준금액에 곱하는 개월 수와 상한이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받는 구조금 지급액이 기존보다 20% 늘어나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범죄피해구조금의 지급 대상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내국인 피해자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이번 개정으로 결혼이민자도 구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의 배우자이거나, 혼인 관계(사실혼 포함)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장기체류 자격을 보유한 외국인은 별도의 상호보증 없이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더 이상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구조금 지급 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피해자의 유족이 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예를 들어, 강력 범죄로 인해 중상을 입고 구조금을 신청한 피해자가 치료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 이전에는 구조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지급 과정이 복잡했지만, 이제는 유족이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법무부
아울러, 구조금 지급 방식을 개선해 분할지급 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일괄 지급 방식이었으나, 연령, 장애, 질병 등의 이유로 스스로 자금을 관리하기 어려운 피해자는 구조금을 분할 지급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범죄 피해자와 그 유족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범죄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피해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한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재산 조회가 원활하지 않아, 실질적인 변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가해자의 동산·부동산·금융자산·급여 등 보유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가해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 피해자 지원 재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11월 29일이 포함된 한 주를 ‘범죄 피해자 인권주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 동안 범죄 피해자 인권대회를 개최하는 등 범죄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 필요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법령 개정을 통해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가 한층 두터워졌다"며 "범죄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무 개선과 제도 정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령 개정이 범죄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또한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