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자료=소비자원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주말이면 반려견과 함께 브런치를 즐기러 간다. “이제는 강아지도 가족인데, 같이 외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좋죠.”
하지만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공간이 늘어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제가 함께 커지고 있다. 바로 '위생'과 '안전'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도권 내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19곳을 대상으로 위생‧안전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임의로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한 일반 음식점이었다.
그 결과는 우려스러웠다. 대부분의 업소가 위생과 안전관리에 미흡했고, 일부는 기본적인 안내조차 생략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음식 재료가 있는 조리장 입구가 개방되어 있던 업소는 84.2%에 달했다. 이는 반려동물의 털이나 타액 등으로 인한 식재료 오염 가능성을 높인다. 또, 실내 환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음식점이 36.8%에 달했고, 음식물에 이물 혼입을 막기 위한 덮개 조치를 시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려동물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도 부족했다. 전체 음식점 중 42.1%는 반려동물이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막지 않았고, 78.9%는 전용 의자나 고정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위생 문제뿐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 또는 손님과의 접촉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가 운영 중인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 참여 음식점들은 식약처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상대적으로 철저한 위생·안전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반려동물 출입 고지, 식기 구분 사용, 조리장 출입 제한, 음식 덮개 제공, 주기적 환기, 이동 제한 장치 구비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월 단위 자가점검과 식약처 보고 의무, 정기적인 정부 점검까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걸맞은 식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이 늘어나는 만큼, 최소한의 위생·안전 기준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시범사업의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 준수사항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모두가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외식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업주의 책임감 있는 운영과 정부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