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운영노선도 (자료=인천시)
“북한이 보입니다. 맨눈으로.” 강화평화전망대에 선 참가자들이 숨을 고르며 북쪽을 바라본다.
개성까지 직선거리 18km. 맑은 날이면 송악산의 능선까지 뚜렷이 들어오는 이곳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염원이 교차하는 대한민국 최북단 중 하나다.
오는 4월 18일부터 이 특별한 공간을 중심으로 ‘디엠지(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노선이 다시 열린다. 인천시는 이번 노선 개방이 평화·안보 관광은 물론, 침체됐던 강화 접경지역의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디엠지 평화의 길’은 2019년 정부 주도로 조성된 평화관광 브랜드로,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을 탐방하며 생태, 역사,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강화 테마노선은 2021년 처음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총 57회 진행돼 654명이 참가했다. 단순한 걷기여행이 아니라 해설사와 함께 역사적 현장을 따라가며, 분단의 상처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여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노선은 강화전쟁박물관에서 출발해 6.25 참전용사기념공원, 강화평화전망대, 의두분초, 대룡시장, 화개정원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다. 약 1.5km의 철책선 구간을 포함해 총 이동 거리는 62.5km에 달하며, 소요 시간은 5~6시간. 이동 중에는 전문 해설사의 안내로 각 장소의 역사와 의미를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다.
특히 강화평화전망대는 이 노선의 하이라이트다. 장병들의 경계 근무와 철책선 너머의 고요한 북녘 풍경이 어우러지며, 안보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비무장지대 너머의 북한 지역을 직접 눈으로 바라보며 분단의 상징적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대룡시장 역시 또 하나의 감성 포인트다.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린 이 시장은 최근 레트로 감성을 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와 현재, 이질적 감성이 한데 섞인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또 다른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코스인 화개정원은 인천 최초의 지방정원으로, 2023년 문을 연 이후 강화의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모노레일, 사계절 꽃 정원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은 도시에서 벗어난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참가 신청은 3월 28일부터 ‘평화의 길’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두루누비’에서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며, 지역 특산품으로 전액 환급된다.
인천시 해양항공국 이동우 국장은 “디엠지의 특색을 살린 테마노선을 통해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의 전쟁과 분단의 흔적이 오늘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디엠지 평화의 길’ 강화 테마노선은 그 조용하고도 단단한 걸음을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