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지난해 개최된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 현장 (사진=인천시)
140여 년 전, 세계와 처음으로 맞닿은 도시 인천이 다시 밤의 빛으로 역사를 이야기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이 오는 6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에서 열린다.
근대 도시의 숨결이 살아 있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단순한 야간 행사가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인천의 문화 유산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은 2016년 인천시가 기획한 ‘밤마실’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이제는 국가유산청이 선정한 전국 최우수 야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강릉과 함께 ‘국가유산 대표 브랜드 10선’에 이름을 올렸고, 17만여 명의 발길이 이어지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증명했다. 올해는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6월 행사가 그 첫 시작이다.
‘8야(夜)’로 불리는 테마형 프로그램은 이 축제의 중심축이다.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시(夜市), 야식(夜食), 야숙(夜宿)을 주제로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전시, 체험은 방문객들에게 오감으로 즐기는 야간 문화의 진수를 선사한다.
특히, 개항장 거리의 역사적 건물과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인공’이 돼, 직접 보고 걷고 듣는 ‘스토리텔링 도보 탐방’과 연극 배우가 해설하는 ‘국가유산 도슨트’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근대 문화유산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또한, 지난해 첫선을 보인 거리 예술공연 ‘야행 프린지’는 올해도 지역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진다. 좁은 골목, 조용한 광장, 그리고 오래된 벽돌 건물 앞에서 펼쳐질 다채로운 공연은 방문객들에게 예기치 못한 감동을 선물할 예정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개항시대의 국제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국제도시 페스타’가 새롭게 도입되고, 수백 대의 드론이 야경을 수놓는 특별한 연출도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인천이 간직한 도시의 기억을 첨단 기술과 결합해 재해석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윤도영 인천시 문화체육국장은 “이번 야행은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정체성 강화와 원도심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축제”라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인천의 역사를 체험하고 즐기며, 도시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개항장 야행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옛 건물 너머, 우리가 잊고 있었던 도시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고, 그 속에 담긴 삶과 이야기를 오늘의 문화로 되살리는 과정이다. 6월의 인천 밤거리에서, 빛으로 깨어나는 역사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