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대통령 파면, 나라가 정치인의 놀이터인가?
대통령이 파면됐다. 행정부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례는 민주국가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이 두 번째다. 결국 지도자를 잘못 뽑은 불행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지난 1987년 이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모두 8명이다. 대통령 가운데 탄핵을 받았던 대통령은 3명이며 이 중 2명이 파면됐다. 대통령 퇴임 후 구속돼 징역을 산 대통령은 3명이다. 형사소송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은 1명이다. 돌이켜 보면 허리띠를 졸라매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던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됐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단행했던 비상계엄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닌데도 절차적 요건을 어기고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그러면서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안 삭감과 관련된 행위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대통령의 평상시 권력 행사로 대처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가긴급권 행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던 국회해산 및 국회의원 체포시도 행위 역시 사실로 인정됐다. 이는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과 불체포 특권을 침해한 행위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국회봉쇄는 엄연한 위법이라는 해석이다. 헌재는 이어 선관위 장악시도와 주요 인사 체포시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제기한 형법상 내란죄 철회에도 절차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가 대통령 유지에 의한 손실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국민의 과반이 파면은 정당하다는 여론에 부합되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 파면이 공식 발표되자 외신에서도 일제히 논평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계엄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위험한 조치였다”고 논평한데 이어 뉴욕타임지는 “(파면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 시험대를 넘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파면으로 인한 국가 분열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조만간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 일정을 발표하게 된다. 이 순간을 호시탐탐 노려오던 정치인들은 일찌감치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둔 야생의 포식자처럼 정권 쟁취를 위한 온갖 정치적 행위를 할 것이다. 국민의 안위를 빙자해 권모와 술수를 통한 감언이설과 선동도 거리낌 없이 자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정권 쟁취에만 혈안될 것임을 우리는 과거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현재 세계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요동치고 있다. 강한 미국을 강조해 온 트럼프 정부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무역하는 60여 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대폭 올리는 등 우방국가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출은 커지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어드는 스테그플레이션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외교전을 펼치면서 관세 조정은 물론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외교를 위한 핫라인은커녕 국민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봉사다. 국민 위에 군림하며 명예와 권력을 향유하는 시대는 과거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진정한 지도자를 두지 못하는 우리와 같은 서민만 가엽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없는 한, 정치권은 정권 쟁취를 위한 그들만의 놀이터일 뿐이다. 그것도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말이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극심한 배고픔의 시대를 이겨낸 주체는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금의 경제적 부국을 일궈낸 것도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상이 정치인 아닌가? 정치권은 국민의 절규를 묵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은 진정 위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