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
인천대공원 벚꽃 길 (사진=인천시)
4월 초, 벚꽃이 절정으로 치닫는 인천대공원에는 봄을 기다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이틀간 25만여 명이 다녀간 ‘인천대공원 벚꽃축제’가 갑작스럽게 전면 취소되면서, 공원은 축제의 북적임 대신 차분한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대공원사업소는 지난 1일, 4월 5일부터 6일까지 예정됐던 ‘2025년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산불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는 등 전국적으로 재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대규모 축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인천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축제를 기다려온 많은 시민들께 아쉬움을 드리게 되어 송구하다”며 “무엇보다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강원도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산불 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한 상태다. 이러한 결정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이자, 산불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인천대공원은 벚꽃을 즐기러 찾는 시민들을 위해 야간 경관 조명과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은 평소와 같이 운영한다.
다만 개막식, 축하공연, 체험 부스 등 대규모 인파를 유도할 수 있는 부대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공원 측은 시민들에게 자율적으로 조용한 벚꽃 나들이를 즐겨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시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벚꽃축제를 기대하고 방문 일정을 잡아놓았던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재난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조치 같다”는 이해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남동구에 거주하는 시민 김모(45) 씨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봄소풍을 계획했는데 아쉽긴 하지만, 산불 피해 소식을 들으면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인천대공원사업소는 “산불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시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올해는 축제가 사라졌지만, 벚꽃은 여전히 봄을 알리고 있다. 소란 대신 고요한 공원 속에서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