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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인구, 첫 장편소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 출간 - 지구 반대편에서 마주한 사랑과 상실, 그리고 묵직한 성장의 이야기
  • 기사등록 2025-04-04 17: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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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과나무

“진정 살아있는 삶을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은퇴 후 오랜 꿈이던 그림을 시작했지만, 허기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히말라야를 넘고, 사막을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갈증은 여전했고, 태진은 마침내 지구 반대편 끝자락 파타고니아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넬라. 그 만남은 그의 삶을 뒤흔든 새로운 시작이 된다.


시인 이인구(67)가 첫 장편소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을 펴냈다. 시집 『늦은 고백』(2006), 『달의 빈자리』(2021) 등에서 삶의 단면과 내면의 파장을 성찰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남자의 뒤늦은 사랑과 치열한 자아 탐색을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소설은 은퇴 후 전문 화가로 인정받길 꿈꾸는 주인공 태진이 지인들과 파타고니아로 떠나며 시작된다. 그림으로도, 여행으로도 메워지지 않던 결핍은 


어느 목장에서 만난 동유럽 보스니아 출신 여성 넬라와의 운명 같은 조우로 이어진다. 태진은 넬라를 그리듯 그녀와 가까워지고, 이튿날의 꿈같은 데이트는 둘 사이의 감정에 불을 붙인다.


하지만 이인구는 그 만남을 단순한 로맨스로 소비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은 이방인의 낭만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벽과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끝까지 응시한다. 


태진이 자신의 이름을 외국인에게 익숙한 ‘TJ’로 바꾸길 바라지만, 한국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넬라 역시 과거의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예정된 이별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는 작품 전반에 걸쳐 파타고니아의 광활한 자연을 인간 내면과 절묘하게 병치시킨다. “빙하들은 무너져 내리거나 녹아 버리기 전까지 모양과 형태는 바뀌어도 자신만의 색깔을 그대로 갖고 있어 시작과 끝이, 탄생과 종말이 한결같은 생명체였다”는 문장은, 이 작품이 탐색하는 주제 ‘삶의 본모습, 갈망, 그리고 치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1부 ‘한 시간 그리고 한나절’에서 첫 만남을, 2부 ‘지구 반대편에서’에서는 넬라가 태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고백을 담고 있다. 마지막 3부 ‘다시 파타고니아’에서는 태진이 다시 그 땅으로 돌아가 넬라와 재회하며, 끝과 시작이 겹치는 순간을 맞이한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은 노년의 연애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사랑이라는 감정 뒤편에 존재하는 자아의 결핍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이인구는 시인 특유의 언어 감각으로 이 긴 여정을 포착하며,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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