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응급환자가 지역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대형병원 응급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의료 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사례는 지역 필수 의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가 지역 2차 병원 육성을 통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지역 2차 병원 육성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방안은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2차 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개선 ▲비급여 의료비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3대 개혁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향후 3년간 2조 3천억 원을 투입해 지역 병원들이 응급 및 필수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병상 수 기준의 종합병원과 병원 구분에서 벗어나, 2차 병원의 기능을 특화하고 포괄적 진료 역량을 강화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필수 의료 기능을 담당할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지정하고, 24시간 응급 진료 수행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 응급의료행위 보상 및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마련해 필수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병원의 규모와 관계없이 필수 진료 기능이 우수한 기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심뇌혈관·외상·응급 분야, 소아·분만 등 수요 감소 분야, 암 진료, 24시간 응급 수술 수행 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능 중심 보상을 도입해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24시간 진료 제공 병원에는 추가 비용을 지원하고, 응급·야간 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다루는 기관에도 지원을 강화한다.
비급여 진료 항목 관리도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과잉 진료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 대해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실손보험 개혁도 함께 진행되며, 보험료 부담 완화와 의료체계 왜곡 방지를 위해 급여 본인부담금의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지급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보험 가입자의 의료 이용 패턴에 맞춘 보험 상품 개편이 추진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도 주요 개혁 과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특별 배상제도를 도입해 신속하고 충분한 배상을 보장할 방침이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빠르게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제도를 개편하고, 필수 진료 분야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전심의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사고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유도하고, 결과가 아닌 원인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사법 체계를 개편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의료계에서도 2차 병원 육성 및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및 비급여 대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의료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료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병원 및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 적용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국민 누구나 필요한 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