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서울에서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하루 평균 4.8시간의 돌봄 노동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치매나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사례가 많았고, 돌봄 기간 또한 평균 6년 이상으로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최근 가족돌봄청년 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평균 4.8시간, 주당 약 34시간을 가족 돌봄에 쏟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62.6%는 "거의 매일" 가족을 돌본다고 답했으며, 돌봄이 지속된 기간도 평균 6.72년에 이르는 등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책임을 지고 있었다.
가족 돌봄이 필요한 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부모의 치매나 고령(31%)이었고, 신체 질환(16.9%)이 그 뒤를 이었다. 돌봄의 대상은 주로 어머니(37.3%)와 아버지(26.7%)였으며, 형제자매(13.5%), 조부모(10.6%)를 돌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 가족돌봄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단연 경제적 문제였다. 응답자의 무려 90.8%가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고, 실제로 가장 필요한 지원 또한 '생계 지원'(93.2%)이었다. 긴 돌봄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겹치면서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24점에 불과했고, 우울감 점수도 평균 29.2점(60점 만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 전국 최초로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가족돌봄청년지원팀을 설치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까지 812명을 지원해왔다. 특히 서울형 가족돌봄청년 지원 서비스 이용자 중 절반 이상(53.2%)은 실제 돌봄 부담이 감소했다고 평가했고, 약 68%는 심리·정서적 안정에도 효과를 봤다고 응답했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공공·민간 자원을 연계한 맞춤형 지원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기존 70개였던 지원 프로그램을 서울런·디딤돌소득 등을 포함해 총 158개로 늘리고, ‘영케미(영케어러들의 케미)’ 등 가족돌봄청년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금융·심리상담 등 민간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족돌봄청년 본인이 지원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전화 및 온라인을 통한 상시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연계해 지원 대상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가족돌봄청년 관련 지원 및 상담은 서울시 가족돌봄청년지원팀 전화 서울시 복지포털 누리집,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상시 신청 가능하며,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둔 모든 시민들은 안심돌봄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