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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에 좋다더니…” 근거 없는 광고, 성분도 엉터리 - 한국소비자원, 비오틴·맥주효모 제품 30종 조사…광고 부당·표시 불일치 다수 확인
  • 기사등록 2025-04-0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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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소비자원

직장인 김하은(34세) 씨는 최근 탈모 증상이 심해지면서 SNS에서 자주 보이던 ‘비오틴 고함량’, ‘맥주효모 100%’라는 문구가 박힌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 수십 개의 후기에는 “머리가 다시 자랐어요”, “탈모가 멈췄어요”라는 경험담이 빼곡했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제품을 꾸준히 섭취한 김 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을 찾은 그는 “식품으로는 탈모 치료가 어렵고, 그간 복용한 제품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전문의의 진단을 들어야 했다.


최근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 등으로 탈모 증상이 젊은 층까지 확산되면서, 탈모 예방을 내세운 맥주효모와 비오틴 함유 제품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관련 제품 30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성분,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표시·광고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모발 관리에 효과?”...과장된 광고, 오인 부를 수준


소비자원이 조사한 30개 제품 모두가 마치 탈모 예방이나 모발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맥주효모는 맥주를 발효한 뒤 남은 효모를 건조해 만든 일반 식품의 원료일 뿐이며, 비오틴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7로 ‘탈모 개선’ 기능은 인정되지 않은 성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 중 14개 제품은 ‘탈모 예방·치료’, ‘탈모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16개 제품 역시 과장된 체험기나 허위 정보를 기반으로 한 광고를 게시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광고 행태가 확인됐다.


비오틴 표시와 실제 함량 차이 심각


더 심각한 문제는 제품의 성분 표시 불일치다. 표시된 비오틴 함량을 조사한 결과, 총 26개 제품 중 3개는 아예 비오틴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실제 함량이 표시량의 1% 또는 10% 수준에 그쳤다. 이는 소비자가 믿고 섭취한 제품이 실제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비오틴을 표시하지 않았거나 소량 함유한 1개 제품을 제외한 29개 제품은 모두 1일 권장 섭취량(30μg)의 0.1배에서 350배에 달하는 비오틴을 포함하고 있었다. 물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오틴은 다양한 식품에 포함돼 있어 일반적인 식사만으로도 결핍 증상은 거의 없고,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도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처럼 함량 차이가 큰 제품들이 아무런 기준 없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소비자 우려를 자아낸다.


위생상태는 ‘양호’...그러나 신뢰 회복은 요원


다행히 조사 대상 제품 모두 황색포도상구균이나 장출혈성대장균 등 위해 미생물은 검출되지 않아 위생 측면에서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광고와 성분 표시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소비자원은 문제 제품의 제조·판매 사업자에게 표시·광고 개선을 권고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탈모 관련 광고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요청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탈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의 진단과 상담을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기능성과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건기식 마크) 등의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불필요한 지출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결국, SNS 후기나 광고 문구만 믿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탈모라는 민감한 고민을 해결하려는 소비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정보와, 검증된 제품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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