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자료=복지부‘의료 쇼핑’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진료와 여행을 동시에 즐기는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여행객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목적지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17만 명을 돌파했다.
2009년 유치사업 시작 이래 최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너졌던 의료관광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의료관광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93.2% 증가한 117만 명에 달했다. 2020년 팬데믹 직후 12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던 수치에서 불과 4년 만에 열 배 가까이 회복한 것이다.
누적 실환자 수도 505만 명을 넘겼다. 국가별로는 일본(44.1만 명), 중국(26.1만 명), 미국(10.2만 명), 대만(8.3만 명), 태국(3.8만 명) 순이었다. 특히 대만은 전년 대비 550.6%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환자들의 관심은 단연 피부과에 집중됐다. 전체 외국인 환자 중 무려 56.6%(70.5만 명)가 피부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피부과 이용 비중이 69.7%에 달했고, 대만은 피부과 환자가 1017% 증가하며 ‘K-뷰티’에 대한 열기를 입증했다.
미국이나 캐나다, 싱가포르,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피부과 수요가 폭증했다. 그 뒤를 성형외과(11.4%), 내과통합(10.0%), 검진센터(4.5%)가 이었다.
특히 의료관광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단연 서울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의 85.4%인 100만 명이 서울의 의료기관을 찾았다. 의원급 의료기관 방문 비중은 82.0%로 압도적이었고, 이들 환자 중 상당수가 피부과·한방·치과 등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 외 지역 중에서는 제주의 약진이 돋보인다.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221.0% 늘었으며, 이 중 피부과 진료 증가율은 781.4%에 달했다.
자료=복지부한국 화장품의 국제적 인지도 또한 피부·성형 진료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24 해외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19개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국 가운데 화장품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싱가포르, 대만에서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 화장품을 쓰다 보니 피부과 진료도 한국에서 받고 싶다”는 심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바탕으로 2027년 목표였던 ‘외국인 환자 70만 명’ 유치를 3년 앞당겨 달성했다. 정부는 의료·관광 융합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의료관광을 더욱 육성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유치가 국민의 의료 접근성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 서비스의 품질,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 안전한 도시 환경이 맞물리며 한국은 의료관광의 메카로 떠올랐다. 진료실 문을 나서면 곧바로 쇼핑과 관광이 가능한 나라. 한국의 의료관광은 지금 그 길목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