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자료=한국경제인협회최근 10년간의 물가 흐름은 숫자로만 보면 비슷하게 올라간 듯 보이지만, 실제 장바구니를 드는 손에 닿는 ‘무게’는 계층에 따라 달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소득 분위별 소비자 체감물가(이하 ‘체감물가’)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식료품 물가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 부담은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가중돼왔다.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소득 1분위(하위 20%)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23.2%로,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상위 20%)의 20.6%보다 2.6%포인트 높았다. 분위별 체감물가 상승률을 보면 ▲1분위 23.2%, ▲2분위 22.4%, ▲3분위 21.7%, ▲4분위 20.9%, ▲5분위 20.6% 순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구조였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뚜렷하게 이어졌다. 이 6년 중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1분위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5분위보다 높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저소득층의 생활물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한경협은 이를 “코로나 직전부터 저소득층의 체감물가가 고소득층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어왔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자료=한국경제인협회체감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식료품 가격의 급등이다. 10년간 식료품 물가는 무려 41.9% 상승하며,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1.2%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출하는 ▲교통(13.0%), ▲교육(10.5%), ▲오락·문화(9.0%) 등 항목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5.3%, 10.6%, 9.2%로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즉,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크고, 고소득층의 주요 소비 항목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구조의 차이가 결국 체감물가 격차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10년간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며 취약계층의 체감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농산물 수급을 안정화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며, 수입 다변화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은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 체감의 크기는 다르다. 생활필수품 가격의 급등은 곧바로 생계 문제로 이어지기에, 특히 저소득층의 삶에 큰 타격을 준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계층별 소비 구조까지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