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 계룡스파텔 인근에 있는 온천족욕체험장 (사진=국민소통실)
한국의 관광 패러다임이 ‘볼거리’ 중심에서 ‘쉼’과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시하는 ‘웰니스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단순한 휴양을 넘어 국민 건강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는 ‘치유관광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관광산업법) 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 법은 치유관광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유사 법안을 통합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치유관광은 세계적으로 ‘웰니스관광’으로 통용된다. 이번 법에서는 이를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길 등 치유관광자원을 활용해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도모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관광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치유관광자원, 치유관광시설 등에 대한 정의도 명시해 정책 추진의 명확한 대상을 설정했다.
실제로 대전 유성구 유성온천공원에서는 시민들이 야외 족욕장에 발을 담그며 웃음을 나누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역의 자연자원과 치유 요소가 어우러진 장소가 이미 국민에게 ‘쉼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간 치유관광은 법적 근거가 없어 일관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법 제정으로 문체부는 국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 치유관광업 신설, 협력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치유관광업은 등록제를 도입하되 강제성이 없는 재량 등록제로 설계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자율성을 보장했다.
세계 웰니스관광 시장은 이미 고속 성장 중이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장 규모는 8,302억 달러에 달하며, 2028년까지 연평균 10.2%의 성장이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몸과 마음의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소득 증가와 여가 확대, 관광 수요의 다변화 등에 따라 치유 중심의 여행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법 시행에 맞춰 하위법령 제정과 기본계획 수립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마련된다. 예컨대 지역 특화형 치유관광 프로그램 개발, 인프라 개선, 전문 인력 양성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제 웰니스관광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국가 전략이다. 법이라는 제도적 기반을 얻은 치유관광이 지역과 국민 모두에게 진정한 ‘쉼표’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