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경
봄은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끝자락으로 다가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꽃이 피고 햇살이 따뜻해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움츠러드는 사람들이 있다. ‘스프링 피크(Spring Peak)’.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시는 자살률이 급증하는 봄철(3~5월)을 맞아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집중 홍보 활동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인천시의 경우 최근 5년간(2021년 제외)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봄철로, 2023년 봄철 평균 자살자 수는 76.3명으로, 같은 해 월평균(71.25명)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봄철 자살 증가 현상의 배경에 일조량 증가와 생체 리듬의 변화, 미세먼지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졸업·입학, 구직 등 사회적 환경 변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불면,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이에 인천시는 시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살 예방 집중 홍보에 돌입한다. 이번 캠페인은 ▲자살 예방 상담전화(1393) 안내 ▲생활 속 도움 기관 정보가 담긴 포스터 제작 및 다중이용시설 게시 ▲지역 축제 및 행사에서 자살 예방 홍보부스 운영 ▲생명 존중 및 마음 안심 캠페인 전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TBN 인천교통방송과 연계해 자살 고위험 시기에 맞춘 예방 방송을 송출하고, 온라인 상담과 마음 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홈펭지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병철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며 “봄철 자살 고위험 시기 동안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히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고통을 삼키는 누군가가 있다면, 인천시의 이번 봄 캠페인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용기마저 부족한 이들에게는, 먼저 손을 내미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