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
“딸이 납치됐다”며 5천만 원을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은 70대 ㄱ씨는 순간 아찔했다. 그러나 그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얼마 전 ‘통신서비스 활용 및 피해예방 교육’에서 만난 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이 확실하다”는 확인을 받고 그는 더 이상의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 최신 스마트폰을 사려던 60대 ㄴ씨는 10만 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와 유료 부가서비스 두 개에 가입해야 한다는 판매자의 말에 망설이던 중, 교육에서 알게 된 강사를 떠올렸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결국 ㄴ씨는 다른 판매처에서 본인에게 맞는 조건으로 기기를 구입했다.
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디지털 정보에서 소외되기 쉬운 ‘정보 취약계층’의 통신서비스 활용 능력을 높이고,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찾아가는 통신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21일 서울에서 ‘2025년 통신서비스 활용 및 피해예방 교육 강사단 발대식’을 열고 전문 강사 140명을 새롭게 위촉했다. 이들은 올해 전국 각지에서 맞춤형 교육을 통해 계층별 통신 피해를 예방하는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발대식에서는 강사단에 위촉장을 수여하고, 효과적인 강의 기법과 올해의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지난해 활동 중 우수한 성과를 낸 이영훈 강사와 농협중앙회가 각각 개인 및 단체 부문에서 방송통신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강사단은 ▲통신서비스 가입‧이용‧해지 시 유의사항 ▲통신금융사기 및 보이스피싱 최신 사례와 대처법 ▲허위‧과장광고와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등 다양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실생활과 밀접한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큰 글자 안내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다국어 교재(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도 제작·배포된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교육 범위가 확대된다. 스마트 스피커, 챗봇 등 일상 속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 AI 기술을 정보 취약계층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념 이해부터 피해 예방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교육의 효과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노인회, 한국농아인협회 등 19개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교육을 원하는 기관은 ‘와이즈유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개인은 온라인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다.
이날 발대식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단말기 무료 제공, 과장된 지원금 등으로 인한 통신 피해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보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 높은 교육으로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통신서비스 활용 및 피해예방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지털 방패막이’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가 일상을 좌우하는 시대, 이들의 한 걸음 가까운 디지털 접근이 더 안전하고 평등해지고 있다.